개봉박두(開封迫頭) - [한국영상자료원] NFA 컬렉션: 낯설고도 매혹적인 체코 영화들 (2026.09.10 ~ 2026.09.23)
[한국영상자료원] NFA 컬렉션: 낯설고도 매혹적인 체코 영화들
한국영상자료원(KOFA)은 국제필름아카이브연맹(FIAF) 교류전의 일환으로 체코국립영상자료원(NFA)과 공동으로 체코 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미학을 성취했던 황금기의 걸작들을 모아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동안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중반까지의 체코 장르 영화 8편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자리이다.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는 시기, 체코 영화계는 정치적 격변과 이데올로기의 엄격한 검열이라는 거대한 장벽과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당대의 탁월한 시네아스트들은 억압에 굴복하는 대신, 상상력의 한계를 돌파하는 방식으로 시대에 응수했다.
그들은 검열의 눈을 우회하기 위해 전통적인 리얼리즘을 벗어나 SF, 호러, 역사극,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다채로운 장르의 외피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그 결과, 체코 장르 영화들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묵직한 실존적 고독을 탐구하고, 전체주의의 폭력성을 서늘하게 고발하며, 자본주의 문화를 기발하게 비틀어 내는 고도의 예술적 성취를 이뤄냈다.
이번 기획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비주얼과 전위적인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광활한 우주와 중세의 암울한 풍경을 생생하게 직조해 낸 거대한 서사시부터, 인간의 자기파괴적 집착과 억압적 체제를 악몽처럼 그려낸 호러와 스릴러, 그리고 초현실적인 특수효과와 만화적 미학이 결합된 독창적인 코미디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채롭다.
- 상영일시 : 2026년 09월 10일 (목) ~ 09월 23일 (수)
- 장소 : 시네마테크 KOFA
자세한 내용은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을 참고하세요.
상영작
이카리 XB-1
* SF
* 체코슬로바키아
* 81분
* 전체관람가
2163년, 알파 센터우리로 떠나는 거대한 우주선이 출발하려 한다.
4개월 간의 지루한 항해 끝에 우주선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1987년에 지구를 떠난 로켓이 나타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원들에게는 또 다른 모험들이 기다리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 최초의 진지한 이 SF영화는 60년대에 탄생했는데, 공산주의와 냉전체제를 배경으로 적절한 이데올로기적 타협점을 갖추어야 했었다.
그러나 <우주 끝으로의 여행>은 특수효과 및 프로덕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매우 지적인 스토리에서 커다란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파티에서의 댄스 장면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아주 인상적이다.
레몬에이드 죠
* 체코슬로바키아
* 100분
* 12세이상 관람가
1964년에 개봉한 올드리치 립스키 감독의 <레몬에이드 죠>는 체코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유쾌한 뮤지컬 서부극 패러디 영화다.
이르지 브르데치카가 잡지에 연재했던 단편과 연극을 바탕으로 감독과 원작자가 공동으로 각본을 집필했다.
영화는 위스키와 총잡이들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마을 '스테트슨 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 혜성처럼 등장한 정의로운 카우보이 죠(카렐 피알라)가 거친 무법자들에 맞서며, 사람들에게 건전한 청량음료인 '콜라로카(Kolaloka)' 레몬에이드를 홍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할리우드 고전 서부극의 클리셰를 재치 있게 비틀어낸 이 작품은 쾌활한 슬랩스틱 코미디, 무성영화 시대의 시각적 미학과 독특한 컬러 틴팅 효과, 그리고 위트 넘치는 뮤지컬 넘버들로 가득하다.
밀로시 코페츠키, 크베타 피알로바, 올가 쇼베로바 등 당대 명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영화이다.
마르케타 라자로바
* 로맨스/멜로/드라마/시대극
* 체코슬로바키아
* 162분
* 청소년관람불가
중세 시대 체코, 폭압적 영주 코즐릭은 아들들과 함께 도적질을 일삼는다.
어느 겨울, 코즐릭은 왕의 측근인 주교 일행을 공격하고, 주교의 아들을 납치한다.
왕의 공격에 코즐릭은 숲으로 도망가고, 그의 아들 미콜라슈는 이웃 영주 라자르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러나 미콜라슈 덕에 목숨을 부지했던 라자르는 협조하지 않고, 화가 난 미콜라슈는 수녀가 되려던 라자르의 딸 마르케타를 데려간다.
독특한 문체의 체코 작가 블라디슬라프 반추라의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
체코의 화가이자 <아마데우스>(1984, 밀로스 포먼) 등의 의상을 맡았던 저명한 복식 디자이너 테오도르 피슈텍이 의상을 담당했다
화장터 인부
* 공포/드라마
* 체코슬로바키아
* 95분
* 청소년관람불가
주인공(루돌프 흐루신스키)은 부족함 없는 부르주아적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중산 계급 시민이다.
언제나 ‘우리는 행복한 가족’이라 말하고 아내를 포함한 식구들에게 ‘천사’라고 부르는 그는 얼핏 보기에 마음씨 좋고 너그러운 가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편협한 나치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유대인에 대한 살인과 밀고를 서슴지 않는 부역자로 변한다.
사람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그 생각들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혹은 ‘크리스마스는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읊조리는 그에게 그것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은 제거돼야 마땅한 것이다.
너무나 평안한 얼굴로 교수형을 집행하기도 하는 그는 이데올로기가 낳은 희생자나 다름없다.
마녀의 망치
* 공포/드라마/시대극
* 체코슬로바키아
* 107분
* 청소년관람불가
바츨라프 카플리츠키의 1963년 소설과 1678~1695년 사이의 마녀재판 법정 기록을 바탕으로 오타카르 바브라와 에스테르 크룸바초바가 각본을 쓴 영화이다.
제목은 1486년에 출간된 중세의 마녀 퇴치 지침서에서 빌려왔다.
영화는 17세기 마녀재판의 실존 희생자들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1950년대 체코 공산 정권이 자행한 '호라코바와 슬란스키 조작 재판'을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가학적인 심문관 보블리그가 인본주의자 라우트너 신부 등 무고한 이들을 고문해 억지 자백을 쥐어짜내는 모습은, 당시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짜인 각본대로 거짓 자백을 강요하고 처형했던 공산당의 정치적 '마녀 사냥'을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당시 58세였던 바브라 감독은 체코의 정치적 자유화 시기에 힘입어 이 걸작을 연출했다.
하지만 영화가 품고 있는 반권위주의적 메시지는 이후의 검열관들에게 전혀 환영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감독의 자유롭고 흥미로웠던 1960년대 필모그래피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 되었다.
아델라는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
* 코미디/범죄/판타지/SF
* 체코슬로바키아
* 102분
* 12세이상 관람가
체코 영화의 명성을 세계에 알린 탐정 패러디 영화 <아델라의 저녁식사>는 올드리치 립스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이르지 브르데치카가 <레모네이드 죠(1964)>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두 사람은 당시 체코에서 잊혀 가던 미국의 펄프 픽션과 B급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국의 천재 명탐정 닉 카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프라하로 파견된다.
그는 프라하의 뒷골목과 필스너 맥주를 사랑하는 베테랑 레드비나 국장과 짝을 이뤄, 툰 백작 부인 저택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물과 기름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콤비는,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들으면 식욕을 돋우는 거대한 식인 식물 '아델라'를 조종하는 사악한 크라츠마르 남작의 뒤를 쫓는다.
초현실주의 예술가 얀 슈반크마예르가 창조한 기괴한 식물 아델라가 주요 볼거리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미국인 탐정과 비논리적이고 변덕스러운 체코적 배경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재치 있는 상황극에 있다.
흡혈귀 페라트
* 범죄/공포/미스터리/SF
* 체코슬로바키아
* 94분
* 15세이상 관람가
스피드광인 구급차 운전사 미마는 외국 자동차 기업 '페라트'의 새로운 레이싱카에 매료되어 점차 치명적인 집착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 경주용 자동차의 연료는 다름 아닌 인간의 피였다. 그녀의 동료 마렉 박사는 흡혈 자동차의 주문에 걸린 미마를 구하고, 베일에 싸인 페라트사의 사악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라이 헤르츠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요제프 네스바드바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인간의 자기파괴적인 집착을 탁월하게 그려낸 독특한 SF 호러 영화다. 촬영감독 리하르트 발렌타와 작곡가 페트르 합카의 훌륭한 협업은 영화 특유의 양식화되고 악몽 같은 분위기를 완벽하게 직조해 냈다.
헤르츠 감독 본인이 뱀파이어로 카메오 출연해 '페라트'라는 이름이 호러 고전 <노스페라투>에 대한 오마주임을 재치 있게 암시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미발매 차량(Škoda Supersport 724)을 개조해 시각적으로 매혹적이면서도 기괴하게 디자인된 자동차 그 자체다.
늑대의 구멍
* 체코슬로바키아
* 95분
* 청소년관람불가
깊은 산속에 자리한 고립된 스키 캠프에 10명의 십 대 청소년들이 초대받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예정된 인원보다 한 명이 더 많은 11명이 모이게 된다.
거대한 눈사태로 외부와의 연결이 완전히 단절된 가운데, 정체불명의 강사들은 아이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잔혹한 심리 실험을 시작한다.
급기야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선 누군가 한 명을 스스로 선택해 희생시켜야 한다는 끔찍한 조건이 제시되며 캠프는 혼돈에 빠진다.
체코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거장 베라 히틸로바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1986년에 제작된 독창적인 SF 공포 스릴러다.
감독은 불안정한 카메라 워킹과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사운드 디자인을 활용해 폐쇄된 공간 속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와 심리적 압박감을 스크린 너머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극한 상황에서 서로를 짓밟고 살아남으려는 십 대들의 모습을 통해 1980년대 체코의 권위주의적 억압과 전체주의 체제를 날카롭게 은유한 치밀한 정치적 우화로, 제3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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