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템플릿, 다른 마켓플레이스 — 여덟 번 시도하고 인정했다

여덟 번 시도하고 인정했습니다.

같은 시리즈의 사이트 11 개 중 8 개가 1 년 내내 한 자리 수 방문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8 이 무거운 건, 그 8 개가 다 다른 가설이라는 점입니다. 똑같은 사이트를 8 번 띄운 게 아니라, 같은 템플릿에 다른 변수를 갈아끼운 8 개의 가설이었습니다. 그 모두가 시장 응답을 못 받았습니다.

각각이 다른 변수의 가설이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첫 번째 패턴은 마켓플레이스 분기였습니다. 같은 도구를 한 마켓플레이스 셀러용, 또 다른 마켓플레이스 셀러용으로 띄웠습니다. 다른 셀러 풀을 갖고 있을 거라는 가정이었고, 셀러가 다르니 응답이 다를 거라는 그림이었습니다. 둘 다 죽었습니다. 그 도구를 검색하는 셀러의 수가 두 마켓플레이스 모두에서 작았다는 게 사후의 추정입니다.

두 번째 패턴은 플랫폼 분기였습니다. 마켓플레이스에서 한 단계 올라가 다른 판매 플랫폼을 다루는 변종을 만들었습니다. 도구의 형태는 거의 같았습니다. 입력 두 개를 받아서 결과를 보여주는 구조. 플랫폼이 다르면 검색 키워드가 다를 테니 응답이 나올 거라고 봤습니다. 키워드 풀 자체가 트래픽이 적은 풀이었습니다.

세 번째 패턴은 언어 분기였습니다. 같은 도구를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띄웠습니다. 영어권 셀러는 풀이 크니까 영어 버전이 더 잘 될 거라는 단순한 추론이었습니다. 영어 버전도 죽었습니다. 풀이 크면 경쟁도 크다는 점을 같이 보지 못했고, 영어권에는 비슷한 도구가 이미 여럿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패턴 분해를 더 해도 결국 같은 결론에 닿습니다.

8 번이 자조적으로 느껴지는 건, 띄울 때마다 "이번엔 다를 거다" 라는 감각으로 박혔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죽음 뒤에는 "마켓플레이스를 잘못 골랐을 뿐", 두 번째 죽음 뒤에는 "플랫폼을 잘못 골랐을 뿐" 이었습니다. 다섯 번째까지 같은 형태의 해석이 따라왔습니다. 잘못된 변수 한 개만 바꾸면 다음에는 살아남는 변종이 나올 거라는 그림이었습니다.

여섯 번째쯤에서 그림이 흐려졌습니다. 다섯 개를 띄웠는데 모두 죽었다는 사실은 한 개의 잘못된 변수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다섯 변수 모두 시장 응답을 못 받았다는 사실은 변수가 아니라 그 변수들이 공유하는 무언가 — 즉 템플릿 자체 — 가 시장과 안 맞을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때 그만뒀어야 합니다.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작업 비용이 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새 변종을 띄우는 데에 며칠이면 됐습니다. 작아 보였다는 게 함정입니다. 띄우는 시간은 며칠인데, 그 변종이 1 년을 portfolio 안에 머무르면서 GA4·검색 콘솔·로그에서 같이 관찰되는 운영 비용이 누적됩니다. 그 시간이면 다른 종류의 도구를 두세 개 더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여덟 번째 죽음 뒤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형태의 분기 시리즈를 신규 추가하지 않기로. 띄워둔 변종은 그대로 두되 새 변종을 만드는 작업을 멈추기로. 결정 자체는 간단했는데, 거기에 도달하는 데에 여덟 번이 필요했다는 점이 자조의 핵심입니다. 셋째나 넷째쯤에서 닿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금 와서 적어두자면, 8 은 헛수고의 숫자라기보다 한 가지를 인정하기까지 필요했던 횟수의 기록입니다. 다음에 비슷한 분기 가설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 8 이 같이 떠올랐으면 합니다. 떠오를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함정에 또 빠질 가능성이 있고, 그때는 8 이 9 가 되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