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지 않는 삶을 꿈꾸며

in #kr-diary • 8 days ago

일단 임용이나 채용 시장에 나서는 것은 1년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 당분간은 바깥으로 나가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으려고 한다. 하나둘씩 일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일감들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다. 끝이 보이는가 싶으면 어느새 새로운 일이 눈앞에 놓여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일이 많다는 것이 의외로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고민거리를 붙잡고 철학이나 사상, 종교, 신, 죽음 같은 주제들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런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눈앞에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나는 항상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들고 지쳐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순간에도 다른 사람에게 조금쯤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싶다.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있다. 상식이나 잡학을 다루는 책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소설도 몇 권 읽었다.(파이 이야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 어쩌면 독서를 통해 현실의 문제들로부터 잠시 도망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들을 붙잡고 있기보다는 책 속의 다른 세계로 들어가 잠깐이나마 현실을 잊는 것이다.

AI를 통해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유튜브에서 영상과 각종 시각 자료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듯 프린트물을 읽고, 하드커버 책을 펼치고, 실물 책을 읽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가능하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으려고 한다. 정보를 빠르게 얻는 것보다 무언가를 직접 읽고 생각하는 과정 자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결국 살아남으려면 나만의 독자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혹은 얼마나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지가 예전만큼 결정적인 경쟁력이 아닐 수도 있다. 지식을 만들어 내는 일조차 점점 다른 방식으로 가능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식을 바라보는 태도, 그것을 습득하고 비판하는 자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일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런 태도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나는 과연 채용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다크템플러처럼 살고 싶다. 굳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거나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꿈꾼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은 조용히 숨어 지내는 삶인데, 주변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나를 더 활발하고 사교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싶은데,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드러내고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참 아이러니하다.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것만으로 충분한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세상은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드러내고 증명하기를 요구한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앞으로의 과제는 나를 억지로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면서도 세상이 요구하는 것들을 적절히 감당할 방법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조금 더 읽고, 공부하고, 내실을 다져 보자. 1년 뒤에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시장에 나설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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