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3 지정학적 대격변과 국가대전략의 수립, 그리고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서 ‘신동교동’ 정치세력의 창출
지정학적 대격변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정치적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전쟁 그리고 예멘-사우디 전쟁도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세계대전이라고 말한 것은 국제정치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서막이란 말이다.
어떤 질서로 재편되는가? 그것은 통상 과거의 질서가 붕괴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붕괴되고 무너지는가에 대한 관찰이 중요하다. 제일 먼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작동해오던 제국주의 질서가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사헬국가들이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프랑스가 축출되었다.
미국이 이끌어오던 신자유주의 질서가 붕괴되고 있다. 금융자본이 지배하던 질서가 더이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경쟁의 국제정치적 의미를 해석하는 관점이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의 금융자본이 신자유주의를 통해 세계를 지배해왔으나, 중국의 산업화에 따른 과실을 따먹지 못함에 따른 한계로 인해 미국 금융자본이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현재 국제정치질서가 요동치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가 한다.
미국의 금융자본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과 같은 소위 미국의 영향권내에 있는 제조업 국가들의 이익을 수취하는 구조를 수립했다. 그러나 중국이 거대한 제조업 국가로 등장했지만, 예상과 달리 미국 금융자본이 중국에 진출하지 못함에 따른 지대수입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필자는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의 금융자본이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고 뒤이어 러시아의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국가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금융자본이 중국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하겠다. 소위 중국의 상하이방은 미국 금융자본과 상당한 유대를 가지고 있었으나, 시진핑이 들어오면서 상하이방은 권력에서 밀려났다. 앞으로 당분간 상하이방 계열의 중국 공산당 정치세력은 권력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시진핑이 4연임은 물론이고 더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은 아마도 미국 금융자본의 간섭을 완전하게 물리칠 수 있고, 미국을 능가하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때까지 지금의 체제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국의 지도부들은 여전히 미국제국주의와의 운명적 쟁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금 중국은 경제보다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의 무대를 제조업과 과학기술 분야로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군사적으로 가져가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바로 이런 미국적 관점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는 결정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어려움에 봉착하면 터널현상을 겪에 된다. 눈앞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은 매우 선명하게 보이지만 주변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력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과 유럽과 같은 지역에서 첨단제조업을 가져오려고 한다. 미국이 한국과 유럽에서 아무리 첨단제조업을 가져와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오히려 한국과 유럽의 대중국경쟁력만 상실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쟁력도 오히려 약화시킬 뿐이다. 미국이 자국민의 일자리가 문제라면 한국이나 유럽으로 미국의 노동자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유용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중국으로 가지 말고 미국한쪽에만 붙으라는 것이다. 브런슨이 말한 중국을
찌르는 단도로서의 한국이란 그런 말이다. 브런슨의 이런 발언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강력한 적대적 정책을 초래하기 위한 심리전적 요인도 담고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교역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양으로 보아서 한국과 중국의 교역량은 여전히 미국과의 교역량을 능가한다. 올해 반도체 수출로 인해 한미간 교역량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중국과의 교역량은 한국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한국에게 중국을 버리라고 하지만, 한국은 중국을 버릴 수 없다. 중국을 버리면 한국 경제는 망한다.
미국이 계속해서 한국에게 중국을 버리라고 하면 한국내 미국에 대한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중국은 이런 한국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에게 더 유리하게 나올 것이다. 지금 중국에게 한국은 경제적인 경쟁자일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면 중국도 매우 불편하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취약한 국가다. 만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압박을 받게되면, 중국은 한국에게 교역의 문을 활짝 열어서 한국을 끌어 들이려고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0내 중반까지 한국에서는 한중관계를 한미관계와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을 잃어 버려서는 안된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의 정도가 더 강화되고, 한국민들이 미국의 수탈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경우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이렇게 변화하는 지정학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이 어떤 대전략을 수립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이번 11월 중순 중국 선전의 APEC 정상회담에서 미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언론은 제2의 얄타회담이라고 말하고 있다. 얄타회담이라는 말이 전혀 틀리지 않을 정도로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3자회담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의 세력 약화가 공식화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중국을 봉쇄하려고 하겠지만,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을 압박하고 봉쇄할 여력이 없다. 미국이 힘에 부치는 봉쇄와 압박을 계속하면 자신만 치칠 뿐이다.
필자가 이렇게 장황하게 현재의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동향을 언급한 것은 지졍학적 대격변의 시대에서 한국의 국가대전략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미국적 질서가 일방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에 국가대전략같은 개념이 별로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필자가 누차 언급한적이 있지만, 앞으로 국제정치질서는 각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을 띨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말하는 다극적 질서라는 것도 결국은 자국의 이익이 제일 중요하며, 이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강대국, 즉 미국의 개입과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으로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말이다.
다극적 질서라고 말하는 이런 질서의 본래 모습을 한마디로 하자면 민족주의다. 필자가 말하는 신민족주의란, 단순하게 국가의 이익이라는 표층적 목표를 넘어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작게는 가족 공동체, 그리고 자본과 노동의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서 영호남의 화해와 공생, 그리고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와 같은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김대중과 박정희를 화해시키고, 박정희와 김일성을 화해시켜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누구도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치란 이해관계의 조정이기 때문이다. 신민족주의는 한국의 정치적 사조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필자는 한국이 지향해야할 국가대전략의 방향을 한마디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가 가능할 것이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잇는 가교적 역할’ 혹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가교적 역할’과 같은 개념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대전략을 수립하든 한국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결국 영호남의 화해와 협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호남이 자신의 정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호남이 해야하는 것은 ‘신동교동’세력을 수립하여 영남과 악수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호남이 먼저 스스로 서야 한다. 더 이상 밖에서 길을 찾으려 하지말고 내안에서 길을 찾고 사람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