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오만 호르무즈해협 항로 합의… "미국이 조건 수용해야 개방"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새 진출입 항로 설정에 합의했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더욱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란은 미국이 해외 동결 자금 해제와 전쟁 배상 등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해야 해협이 재개방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과 오만은 최근 호르무즈해협 통행 체계를 규정한 최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항로를 전적으로 이란 영해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해협에서 빠져나오는 항로 일부도 이란 영해를 지난다. 미국이 지지한 해협 남쪽 항로는 폐쇄한다. 이란 측 소식통은 타스님에 "새 항로 통행은 이란의 프로토콜(규약)에 통제된다"고 밝혔다.
이는 7월 오만이 제시한 해협 공동 관리 방안보다 한 발짝 더 이란의 통제권을 강화한 것이다. 당시 오만은 양국이 자국 영해를 지나는 해협 내 항로를 각각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이란은 미국의 봉쇄와 압박에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란 국영 방송 IRIB는 12일 새벽 호르무즈해협 케슘섬 인근에서 이란 상선이 미상 발사체에 피격당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오만은 14일 오만에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MOU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변국들이 합의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보이는 포석이다. 소식통은 "MOU는 이란과 오만이 체결했다"며 "주변국들은 항로 세부 사항과 통행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란 측은 이번 합의가 호르무즈해협 개방(통행 정상화)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타스님은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해협 개방에 필요한 조건 7가지를 전달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야 해협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또 오만은 이란이 요구한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은 여전히 해협을 지나는 선박으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하기를 원하지만 오만이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르시아만 주변국들이 이란과 오만이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회의 개최를 주도한 오만도 공식적으로는 회의를 연다고 밝힌 바 없다. 2016년 이란과 단교한 바레인은 '이란의 중동 기반 시설 공격을 묵과할 수 없다'며 회의 참석을 거부했고, 다른 국가들은 침묵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1일 현지 언론에 "이번 회의가 역외 세력의 파괴적 개입에서 벗어나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강화할 중요한 진전"이라며 "지역 국가 간 이해를 높이고 지역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변국들이 이란과 오만의 MOU를 사실상 추인하면 미국의 입지가 더욱 약화할 전망이다.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해협 주변을 장악하면 양대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가 틀어막히는 '이중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로이터는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폐쇄하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7%, 세계 무역량의 12%가 추가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솅커 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에너지 공급로 중 한 곳인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통제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이란이 엄청난 지렛대를 손에 쥐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이란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듯 합니다.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켜서 이란에게 해협을 안겨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