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4일 화요일] 오늘의 일기

in #diary5 hours ago (edited)

8월 들어서부터 감평사 공부를 내려놓았다.

현실적으로 내 능력으로는 2차 공부를 완주해낼 수 없다는 확신이 들어서다.

인강 들을 때까지는 몰랐는데,

7월 들어서 그룹스터디라는 걸 시작하면서

실전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보다보니,

2차 합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암기력인데

막상 내가 이게 정말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부 때는 유기화학, 생화학1, 2에 나오는 그 복잡한 분자식도 다 외우고

진짜 아무리 수업을 많이 들어도 시험 앞두고서는 그냥 책을 통채로 다 외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젠 더 이상 그게 안 된다는 걸 온 몸으로 깨달아버렸다.

조금 더 자세하게는

2차 모든 과목이 그런 건 아니고

정확히 딱 법규에서 막혔다.

실무야 뭐 개념 이해하고 나면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하면서 문제 풀면 되는 거고

이론은 실무랑 연계성이 많아서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외우다보면 조금씩 외워지는 것 같은데

이 법규만큼은.................

진짜 안 되더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랄까?

애초에 젊어서 법학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베이스 자체가 아예 없기도 했거니와

또 내가 법학적성 자체가 굉장히 떨어지는 것 같다.

이게 뭐 계속 하다보면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덤벼보겠는데

아...... 법규 과목 만큼은 이거 내가 겁 없이 덤볐다가는

세월은 세월대로 흐르고

머리에 남는 건 없고

딸이랑 와이프랑 시간 못 보내면서 결국 사이가 소원해질 게 눈에 선하게 보이더라.

그리고 지금 상황도 당장 뭐 이직을 하니 마니

인도네시아로 가니 마니 하는 중이라

한정된 내 리소스를 감평사 공부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냥 내려놨다.

대신 일단 회사일에 조금 더 집중하고

그간 공부하던 추진력은 인니어 공부로 돌렸다.

지금 내 인생 그 어느 때보다 인니행 확률이 높아지고 있기에

일단 예전 기억을 예토전생시켜서 띄엄띄엄 한 문장 씩 인니어로 적어보며

GPT한테 교정 받고 있다.

와이프도 일단 내가 너무 진지하니까

자카르타를 한 번 다녀와보고 싶다고 해서

다음주 주말에 여름휴가 겸 해서 가족 다 데리고 자카르타에 한 번 다녀오기로 했다.

거기 정착해서 살고 있는 대학 후배가 호텔도 알아봐주고

마지막날 차량도 알아봐주고 해서 굉장히 수월하게 준비하고 있다.

가서 날씨만 도와주면 최대한 컴팩트하게 자카르타 중부랑 남부 한 번 싹 돌면서

와이프랑 아이한테 자카르타의 일상을 좀 보여주려고 한다.

인생이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치고 있다.

아다리만 잘 맞다면

내년 하반기쯤 뭔가 인도네시아로 이직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조심히 예상해본다.

국내에서 이직하는 건, 지금 다니는 회사도 여건 자체는 충분히 좋아서 의미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굳이 구태여 이직한다면 아예 외국으로 가는 것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서울살이에 좀 지치기도 했고

남은 인생도 외벌이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 집값 비싸고 물가가 미쳐버린 서울에만 목메고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정책도 보니까 점점 더 중산층은 경기도 가서 살라고 등 떠미는 것 같고

한 해 한 해 갈수록 서울살이의 난이도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 같다.

노리고 있는 회사는 일단 코린도 한 곳이다.

코린도의 경우 정규직으로 입사할 경우 사택/차량/학비 전부 지원되기 때문에

가족 다 데리고 인니에 정착하는데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내 주제에 한국 대기업 본사 들어가서 주재원으로 파견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니

무조건 현지채용을 노려야 하는데,

현채는 주재원 파견과 다르게 일반적으로 월급 외에는 지원 나오는 게 없다.

물론 월급 쎈 현채면 월급 가지고 다 해결하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좀 더 안정적인 걸 따지면 역시 코린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냥 인니어 실력 계속 갈고 닦으면서 지금 회사일 열심히 하고

그러면서 코린도 채용 공고 올라오는 거 계속 노리다보면

뭔가 기회가 한 번쯤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무조건 될 거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뭐 이거 말고도 무조건 되는 게 있기는 한가.

그냥 하는 거지.

결국엔 안 된다하더라도

지난 8개월간 감평사 공부하면서 배우고 느끼고 습관 잡힌 게 고스란히 남았듯이

이번 과정을 통해서도 내가 분명 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건 내가 확신한다.

이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다.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또 달려보자.

결과보다는 역시 과정이다.

이건 루저의 자기 위안 같은 게 아니라

내가 깨달은 몇 안 되는 삶의 진실 같은 거다.

과정에 충실하고 매 순간 순간 충만했다면, 그것만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다 한 거다.

결과는 그저 확률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또 묵묵히 달려보자.

인생은 결국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