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도책』 ― 케이트 크로퍼드, 그리고 『박태웅의 AI 강의』

in #kr-book5 hours ago (edited)

AI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 모델 자체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단순히 컴퓨터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하나의 AI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자원과 인프라, 데이터, 노동,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정치적 구조가 필요하다.

AI 지도책 - 케이트 크로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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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크로퍼드의 『AI 지도책』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바라본다. 이 책은 AI를 순수한 기술적 산물로 보지 않고, 그것이 어떤 물질적 기반 위에서 만들어지며 경제적·정치적·문화적·역사적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한다.

AI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막대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데이터센터다. 오늘날의 AI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컴퓨터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막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 서버와 반도체, 네트워크 인프라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종의 지구적 물류 기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물질적 기반을 가진다.

그 다음에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AI가 현실 세계의 이미지나 음성, 텍스트 등을 분석하려면 먼저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 이상의 노동이 들어간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며,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 역시 수많은 사람의 노동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 위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AI는 이미지와 음성, 텍스트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낸다. 이를 통해 이미지를 분류하거나 음성을 인식하고, 인간의 감정이나 표현을 어느 정도 모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AI를 하나의 기술로만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난다. AI의 발전은 단순히 더 좋은 알고리즘이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뒤에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과 물류, 데이터와 노동, 그리고 이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기업과 국가의 권력이 존재한다.

따라서 AI는 노동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국가 권력과 기업의 권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는가, 누가 연산 인프라를 통제하는가, 누가 AI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태웅의 AI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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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태웅의 AI 강의』는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AI, 특히 ChatGPT에 초점을 맞춘다. 책의 목적은 AI의 기술적 원리를 깊이 파고드는 것보다는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ChatGPT는 왜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았을까?

그 배경에는 GPU를 비롯한 컴퓨팅 기술의 발전이 있다. GPU는 원래 그래픽 처리를 위해 발전했지만, 수많은 계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압도적인 병렬 계산 능력 덕분에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작업 중 상당 부분은 결국 수많은 수치 계산의 반복이다. 하나하나의 계산 자체가 인간에게 특별히 지능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를 엄청난 규모로 빠르게 반복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수준의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게 되었다.

ChatGPT라는 이름 역시 그 특징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Chat은 대화형이라는 의미이고,
Generative는 생성형,
Pre-trained는 사전 학습된,
Transformer는 현재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신경망 구조를 의미한다.

즉 ChatGPT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사전에 학습한 Transformer 기반의 생성형 모델을 이용하여 인간과 자연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프롬프트(prompt)다. 같은 AI 모델이라도 사용자에게 어떤 질문을 받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AI에게 단순히 질문하는 것과 원하는 결과의 조건과 맥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역시 중요해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항상 사실을 검색해서 답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한 데이터와 입력된 문맥을 바탕으로 다음에 올 가능성이 높은 언어를 생성한다. 따라서 매우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정보나 잘못된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AI를 사용할 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AI가 유창하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새로운 관계

ChatGPT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검색 도구가 하나 등장한 사건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자연어를 통해 컴퓨터와 직접 대화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특정한 명령어와 프로그램의 문법을 알아야 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언어로 원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크게 바꿀 가능성이 있다. 특히 GPT-4 이후에는 단순한 언어 생성 능력을 넘어 AI가 과연 어느 정도의 일반적인 지능을 보여주는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공일반지능)에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졌다.

물론 현재의 AI가 인간과 같은 의미에서 지능이나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AI가 실제로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가와 별개로, 인간이 AI를 지능적인 존재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연어로 자신과 대화하는 시스템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기 쉽다. AI가 문맥을 이해하고 질문에 답하며 글을 쓰고 코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계산 시스템 이상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AI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가?"

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인간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AI에게 어떤 판단을 위임하게 될 것인가?"

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 AI를 둘러싼 문제들

AI의 발전은 많은 편의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들도 만들어낸다. 노동시장에서는 인간이 수행하던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고,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둘러싼 개인정보와 저작권 문제도 발생한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한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 때문에 소수의 거대 기업이 AI 기술과 인프라를 독점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문제는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로 이어진다.

누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누가 GPU와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는가?
누가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누가 그 AI를 통제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AI가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사회의 권력 구조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유럽연합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AI의 위험성을 규제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차별과 편향, 고위험 AI 시스템의 규제, 생성형 AI의 투명성 등 다양한 문제가 법률과 정책의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능력만은 아닐 것이다.

AI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데이터와 자원을 필요로 하고, 누가 그것을 통제하며, 그 결과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AI 지도책』과 『박태웅의 AI 강의』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볼 수 있다. 『AI 지도책』이 AI의 뒤편에 존재하는 물질적·사회적 구조를 보여준다면, 『박태웅의 AI 강의』는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가에 보다 집중한다.

결국 AI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ChatGPT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AI를 가능하게 만든 컴퓨터와 데이터, 노동과 자본, 기업과 국가의 구조까지 함께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AI 리터러시의 출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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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박태웅의 AI 강의 후속작인 AI 강의 2025, 2026 시리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