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11) 투자의거장 27/90 존 리
투자의 거장 90인 (27/90)
존 리 (John Lee) · 한국의 투자대가
발행일: 2026-09-11 (KST) · Lifefit 거장 시리즈
인물탐구를 스팀 독자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수치·일화는 공개 자료 기준입니다.
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의 강연장
존 리는 청중 앞에서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왜 명품 가방을 사나요?" 강연장은 조용해졌다. 그는 이어 말했다. "그 돈으로 주식을 샀다면 10년 뒤 가방 열 개를 살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투자는 여전히 '여윳돈으로 하는 것'이었고, 펀드는 증권사 창구에서 직원 말만 듣고 사는 상품이었다. 그는 이 풍경을 바꾸려 했다.
미국에서 배운 투자, 한국으로 가져오다
존 리는 미국에서 자랐고, 월스트리트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그가 본 미국 중산층은 401(k) 퇴직연금 계좌에 매달 일정액을 넣고, 인덱스 펀드나 뮤추얼 펀드를 통해 분산 투자했다. 개별 주식을 고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시장 전체'에 장기간 돈을 맡겼다. 복리 수익이 쌓이면서 은퇴 자산이 만들어지는 구조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 방식을 이식하려 했다.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일하며 그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펀드를 운용하고, 동시에 투자 교육에 나섰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펀드에 넣고, 글로벌 시장에 분산하고, 최소 10년 이상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낯선 이야기였다. 당시 대다수 투자자는 단기 차익을 노렸고, 펀드도 1~2년 안에 환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떼는 마시지 말고 주식을 사라"
존 리가 반복한 말 중 하나는 소비 습관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강연과 저서에서 "커피값으로 주식을 사라"는 식의 비유를 자주 썼다. 소액이라도 매달 꾸준히 투자하면, 복리 효과로 수십 년 뒤 큰 자산이 된다는 논리였다. 이 메시지는 2010년대 들어 한국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그는 특히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20대부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학가와 직장인 커뮤니티를 찾아다녔다. 그의 책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은 투자 입문서로 자리 잡았고,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그의 인터뷰가 공유됐다. 그는 한국에서 '투자 전도사'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펀드 시장의 냉혹한 현실
하지만 존 리의 방식이 모든 이에게 통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운용한 펀드 중 일부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고, 환매 수수료나 운용 보수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특히 2020년대 초반 글로벌 증시가 급등한 뒤 조정을 받으면서, "적립식으로 꾸준히 넣었는데 손실이 났다"는 항의도 있었다. 장기 투자를 강조했지만, 실제로 10년 이상 묵혀둘 수 있는 투자자는 소수였다.
또한 그는 개별 주식 분석보다 펀드를 통한 분산 투자를 권했는데, 이 시기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같은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사람들이 많았다. "펀드 수수료가 아깝다"는 반론도 나왔다. 존 리의 메시지는 원칙적으로는 옳았지만, 시장 타이밍과 개인의 인내심이라는 변수 앞에서 늘 통하지는 않았다.
한국 투자 문화에 남긴 흔적
그럼에도 존 리가 한국 투자 문화에 미친 영향은 분명하다. 그는 '투자는 부자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깼고, '매달 10만 원씩이라도 시작하라'는 메시지로 문턱을 낮췄다. 적립식 펀드, 글로벌 분산, 장기 복리 같은 개념은 이제 한국 개인 투자자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그가 강조한 '소비 대신 투자'는 2030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것이 과소비를 부추기는 쪽으로 왜곡되기도 했지만, 적어도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를 넓혔다. 존 리는 투자 방법론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투자를 '습관'으로 만드는 법을 전파한 사람이었다.
개인 투자자라면 이렇게
매달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을 자동 이체로 —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급여일 다음 날 자동으로 투자 계좌에 입금되도록 설정하고, 그 돈은 없다고 여겨라.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같은 금액을 넣으면 평균 매입 단가가 평준화된다.
개별 종목보다 인덱스 펀드나 ETF로 시작 — 존 리가 권한 것은 '시장 전체'에 돈을 맡기는 방식이다. 코스피200, S&P500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면 종목 분석 없이도 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수료는 연 0.5% 이하인지 확인하라.
10년 안에 쓸 돈은 투자하지 마라 — 장기 복리는 시간이 있을 때만 작동한다. 결혼 자금, 주택 자금처럼 3~5년 안에 필요한 돈을 주식에 넣으면, 하락장에서 손실을 확정할 수밖에 없다. 투자 기간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자산군을 선택하라.
따라하면 안 되는 것: 펀드 운용사가 권하는 상품을 무조건 믿는 것. 존 리는 운용사 임원이었지만, 개인 투자자는 수수료와 과거 성과를 직접 비교해야 한다.
🏷 분야: 한국의 투자대가 · 무대: 메리츠자산운용(과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