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불암산 계곡산행-2 천보사(天寶寺)
나홀로 불암산 계곡산행-2 천보사(天寶寺)
불암산에 올 때 계곡산행을 위해 GPX 파일을 내려받아 왔지만, 이런 파일은 공식 자료가 아니라 개인이 올린 것이다 보니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헤맨 코스까지 기록되어 있어 100% 신뢰할 수는 없다. 역시나 현장의 안내판과 GPX 정보가 서로 맞지 않아 같은 길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천보사(天寶寺)
불암산에는 '천보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이 두 곳 있다. 흔히 잘 알려진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불암산 동쪽 자락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봉선사의 말사로, 거대한 거북바위(암벽) 바로 아래 둥지를 틀고 있어 경관이 인상적인 기도 도량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찾아간 곳은 '정말 사찰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왜소하고 볼품없는 곳이었다.
바위에 '천보사'라는 푯말이 보여 위로 올라갔는데 입구가 막혀 있어 폐사가 된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 불암산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천보사 진입로가 새로 나타났다. 사찰이 꼭 전형적인 양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지만, 이곳은 외부에서 보기에 불교와 관련된 건물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주지 스님이 있기는 한 건지, 신도가 오기는 하는 건지 인기척조차 전혀 없었다. 굳이 문을 열어 불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가는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오래된 귀신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아,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싶었다.
불암계곡
규모가 큰 계곡은 아니더라도 발을 담글 만한 물은 흐르고 있으리라 확신했지만, 그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바람 한 점 없는 후댓지근한 무더위가 짓눌러왔고, 어서 물이 고인 웅덩이라도 찾아야 했다. 다행히 물이 조금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를 발견해 지체 없이 들어갔다.
하지만 사막의 오아시스라 믿고 찾아간 그 웅덩이는 최악이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산모기 수십 마리가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팔다리를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지옥의 사자 같은 놈들은 배에 피를 가득 채울 때까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마도 오랜만에 나타난 마지막 먹잇감에 사활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이 모기 떼는 웅덩이를 벗어나 다시 산을 오르는데도 계속 따라오며 윙윙거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잠시 더위를 피하려던 나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고, 참혹한 고통만 남았다. 집에서 가끔 모기에 물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집단 고문 수준의 공격을 당해본 건 처음이었다.
폭포약수
수질검사표에 '부적합'이라는 빨간 글씨가 선명해 약수를 마실 수는 없었고, 머리에 물 한 바가지 끼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폭포약수'라는 이름은 참 근사한데 주변 관리가 너무 지저분하게 되어 있었다. 관할 관청인 노원구청에 전화해서 한소리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