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곳, 머나먼 미래?
오랜만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을 나누었다. 다행인 점은 그래도 다들 먹고사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나름대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상하게 내 삶은 조금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각자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니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유럽 쪽은 일을 하는 방식이나 삶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한국이나 중국은 여전히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한 것 같다. 특히 연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물론 이제 유럽이 예전처럼 첨단 기술의 최전선에서 모든 분야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수학문 분야에서는 여전히 오래된 학풍과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노력들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크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한 분야를 연구하고, 하나의 질문을 붙잡고, 그것을 깊게 파고드는 연구가 여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 분야에 투자되는 연구비 규모만 놓고 보면 이제 세계 5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상당히 커졌다. 그런데 정작 그 돈이 정말 필요한 기초 연구 분야에 충분히 나누어지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조금 씁쓸하다. 결국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는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하고, 연구비를 받으려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줘야 하며, 성과를 보여주려면 결국 논문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당장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연구를 붙잡고 있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나는 사실 논문이 잘 나오지 않는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해보고 싶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재미있고, 장기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문제를 붙잡고 싶다. 그런데 연구비를 따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논문을 많이 쓸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비교적 얇게 접근하면서도 가성비 있게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연구와, 현실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 연구 사이에서 시간을 나누어 쓰게 된다. 물론 논문을 쓰는 와중에도 더 큰 미래를 위한 공부와 투자는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 당장 논문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있고, 새로운 것들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 그런데 시간을 나누어 쓰다 보니 당연히 어느 한쪽의 진척은 더뎌진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의욕도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연구를 조금씩 해나가고는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당장 현실적인 연구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다. 결국 나도 환경에 맞춰서 연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각자의 삶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환경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어가고 있고, 누군가는 빠르게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당장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일과 언젠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준비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내 삶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떤 연구를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언젠가는 논문을 몇 편 더 만들어내는 것보다, 내가 정말 궁금했던 문제 하나를 붙잡고 오랫동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시간이 과연 나에게도 올 수 있을까.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진짜 하고 싶은건 ai를 활용해서 단가를 낮춰서 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연구비 받기는 어려울테니까요 @.@
확실히 이런 쪽도 좋은 방향이긴 하겠네요!
그렇죠...
그런데 ai 영상 제작은 아직 토큰값이 비싼 것 같더라고요...
ai논문쪽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생각을 가지고 계시면 결국 그쪽으로 가게 될겁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