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그냥 간다.
세월은 그냥 간다. 붙잡을 수도, 멈춰 세울 수도 없이 그저 저절로 간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알던 시간의 축이 한 바퀴를 크게 돌았음을 깨닫는다.
내 기억 속에는 여전히 까마득하게 어린, 한참 나이 차이 나는 막냇동생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 녀석이 방위 소집 통지서를 받고 부대로 들어가던 날, 긴장한 동생의 어깨를 토닥이며
훈련소 앞까지 데려다주던 기억이 바로 어제 일만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 막냇동생의 아들이 군대를 간다고 한다.
동생도 아닌, 동생의 핏줄인 내 조카가 나라의 부름을 받아 머리를 깎는단다.
시간은 내 허락을 구하지 않고 그저 마구 흘러왔나 보다.
품 안의 자식 같던 동생이 아버지가 되고, 그 아이가 자라 다시 군인이 되는
이 당연하고도 낯선 순환 앞에 서니 가슴이 징해진다.
내가 나이를 먹는 것은 무덤덤해도, 아랫세대가 어른이 되어 떠나는
뒷모습을 보는 일은 세월의 무게를 실감 나게 한다.
정말이지 세월은 붙잡을 틈도 없이, 그냥 마구 간다.
허럭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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