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고찰

in #atomy13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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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고찰


의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척추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 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바닥에 누워
비로소 땅의 숨소리를 들었다.
꼿꼿이 서서 보아야만 삶인 줄 알았는데
낮게 엎드린 눈높이에서 세상은 다시 피어난다.
백 년을 달려간 발자국이나,
채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멈춰 선 이의 숨결이나,
차가운 흙바닥 위에서는 똑같이 따뜻한 온기일 뿐.
서지 못하면 기어가면 되고,
기어갈 힘마저 없다면 그저 가만히 누워
흘러가는 구름에게 눈길을 주어도 좋다.
내가 나를 증명하려 바둥거리지 않아도
햇살은 부서진 등허리를 차별 없이 쓰다듬나니.
아, 살아있음은 과녁을 향해 달리는 활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마다 돋아나는 여린 풀잎 같은 것.
그러니 부서진 채로 잠시 머물러도 괜찮다.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눈부신 허무 속에서
가만히 서로의 든든한 바닥이 되어주는 일,
가벼운 삶을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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