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고 서글픈 동거

in #atomy20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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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서글픈 동거


어느 날 새로 이사 온 이가 불쑥 내민 지적도에는
오랜 이웃들의 경계선이 통째로 지워져 있었다.
오순도순 등을 맞대고 살던 옆집 마당까지
자기 소유라며 붉은 선을 그어두고는,
장난인 듯 짐짓 호기로운 미소를 짓는다.

덩치가 큰 게 자랑인 양
그는 언제부터 힘이 곧 법이라 믿게 되었을까.

약속했던 울타리를 제 손으로 부수고
함께 다니던 길에 통행세라는 빗장을 걸며
그가 거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을 곳곳에는 깊은 탄식과 불란이 번져간다.

그의 눈짓 하나에 가슴 졸여야 하는 현실,
경외감을 넘어 서늘한 두려움으로.
그가 없는 마을을 꿈꾸지만 이사 갈 생각이 없다.
미워하면서도 끝내 그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 기묘하고 서글픈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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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받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