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74.

in #steemzzang9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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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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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은 넓었지만 움막같은 집에 세간이라곤 겨우 끓여먹을 수 있을 전도의 솥단지 그릇, 베틀이 전부였다.

과거에 걸어놓은 고리가 오늘 이 손때 묻은 베틀 위에서 처음으로 연결되고, 과거를 운행하던 피는 비로소 지금 이 자리에서 이어져 흐르고 망신된 오년 간, 안개처럼 침침하며 까마득하며 떠나버린 밤배처럼 자취가 없다.

파란 하늘이 빗물 속에 있고 구름도 빗물 속에 있고 바라밍 불어와서 웅덩이의 빗물은 호수같이 흔들린다.

-토지 2부 제4편 용정촌과 서울 8장 낭패한 주갑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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