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5 hours ago

평생 벗지 못할 누명을 쓰고
백일홍이 피었다

다 같은 빨강에도
장미나 능소화에게는 관대하던 눈길이
백일홍에 머무는 순간
가장 날카로운 가시로 변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은
두고 두고 가시가 되어 걸려있고
웃는 얼굴로 찾아온 8월의 태양이
까만 꽃술에 불을 붙인다

피붙이의 죽음에도 울지 않던쓰르라미가
쪽동백 이파리 뒤에 숨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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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을 풀다/ 박소유

붉다는 것만으로 치명적일 때가 있다
능수벚꽃은
마음을 무장하지 않고는 볼 수 없다고
꽃잎 때문에 살을 감쳐
아득히 길을 잃었다고
병을 얻었다고 그가 말했을 때
이 붉은 꽃 그늘 아래, 함께 앓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 겹만 풀면 환할 몸에 겹을 쌓으며
마음이 만들어낸 병은 깊고 무거운데
단명의 꽃들은 얼마나 가벼운가
붉은 눈, 겹겹이 허공에 봉안한 뒤
화르르 쏟아져 내린 세상의 꽃잎들이
진창만창 놀다 간 뒷자리, 붉게 젖었다
사랑도 때를 알고 겹을 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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