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꽃도 없이
초록을 잃어가는 풀포기에서
얼마나 참았던 울음인가
혼자 먹는 밥보다
더 목이 메이는 울음을 누르며
배롱나무 밑에서
꽃잎이 지기를 기다렸다
별들이 하나 둘 골목을 빠져나오고
억새꽃이 앙상한 쇄골을 드러내고
어둠에 묻혀있던 산들이 머리를 들기까지
달무리 너머 비구름처럼
참고 있던 울음을 풀어
가을이 지나가는 길을 닦고 있다
가을연인/ 황금찬
가을 벌레가 울고 있는가
내 사랑했던 여름의 연인은
서울 종로 마로니에 공원
식어가는 거리 위에
짙은 웃음소리만 남겨놓고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86년의 여름도
지줄대던 빗소리도
내 연인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여름 연인의 빈 커피잔
교차로 위에 계절의 꽃잎지듯
싸늘한 우리들의 대화가
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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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던 마로니에 열매가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