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21 hours ago

가을엔 하늘빛조차 찰랑거린다

보고 싶은 마음에
겹눈을 갖게 해달라고
손가락 끝에 불을 붙이고 기도하던
밀잠자리의 눈물과

바람에게 꽃을 빼앗기고
이제 세상에 빛은 없다고
영영 아침이 오지 않기를,
다시는 꽃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던 산수유나무의
쏟아내던 핏빛 울음까지

눈물로 출렁이는 하늘에 손을 적셔
가슴을 쓸어내리면
상처를 지닌 채 가을을 맞아야 하는 풀잎들도
지난 일을 묻고 홀씨를 날린다

익어가는 사과 속에서
가을볕을 훔쳐먹던 벌레도
하늘로 이어지는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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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빗소리가 귓가에 들리던 날
잠가놓은 심장 안으로 당신이 다가섰습니다

빗속으로 당신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걸 어찌하나요

빗방울 소리 흘러내리던 밤 당신은 개천되어
당신의 마음이 흘러 들었습니다

어둠 속으로 당신의 마음을
떠나보내고 싶어지만

떠나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내 옆을 서성거리고

그래서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힘들게 잠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잠든 사이에
꿈속에라도 다녀는 가셨나요?

당신 생각에 켜 둔 촛불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곤 합니다

오늘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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