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아침해가 살며시 발을 떼며 산을 내려오는 사이
무당거미가 새로 지은 집에
하늘을 가두었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
한 칸에 한 조각씩 갇혔다
옴싹달싹 못하게 되기까지 하늘은
무당거미로부터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드라마에서 흔하게 보이는
미란다 원칙 같은 말도 없었다
접시꽃이 한 번씩 건너다 보기도 하고
구름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나가고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찬을 끝낸 무당거미가 집을 헐었다
하늘은 늘 보여주던 평화로 가득했다
발효되는 그늘/ 김휼
떫고 단단한 불화를 그늘에 들여놓네
말랑말랑 분이 생겨 단맛을 더할 무렵
그늘을 즐겨 먹던 어머니는 그늘이 되었네
말이 없는 자리에서 나오는 숨 같은 그늘로
한없이 어루만져 주고 싶은
보드라운 것들이 몸을 맡겼네
다툼 없이 이룩해 놓은 살가운 영역으로
정처가 없는 구름도 제 몸을 부려왔네
그런 날은 괴이한 슬픔이 안쪽으로 고였네
잎이 넓어질수록 깊어지는 그늘에
어머니는 젖어있던 웃음을 내어 말렸네
젖무덤 같기도 하였던 당신의 그늘
눈을 뜨니 그늘 밖에 내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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