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은 중대 범죄라면서 징역 2년, 국민은 납득할 수 있는가? 후 해

in #upvu18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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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징역 13년을 구형한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통일교 총재에게 법원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단순히 검찰의 구형량과 법원의 선고형이 크게 차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판결을 비판할 수는 없다. 구형은 검찰의 의견이고 형량을 결정하는 것은 법원의 권한이다. 문제는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인정한 범죄의 중대성과 실제 선고한 형량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8월31일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 등에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특검은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5년, 나머지 혐의에 징역 8년 등 모두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바라본 범죄의 성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제20대 대통령선거를 교세 확장의 기회로 보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실제 청탁이 실현됐는지와 관계없이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 총재가 통일교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과 지위와 역할,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등을 고려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022년 당시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여기까지 보면 상당히 무거운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결론은 징역 2년이었다.

재판부는 사건 전반을 윤영호 전 본부장이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한 총재는 이를 개략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고 증거인멸교사와 일부 횡령 혐의 등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가 기각됐다.

재판부는 또한 범행이 한 총재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통일교의 교세 확장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횡령액을 변제했고 통일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등도 형량 결정에 반영됐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적 의문이 발생한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종교단체의 교세 확장을 위해 정치권에 접근했다는 사실이 과연 형을 낮춰야 할 이유인가.

오히려 반대로 물을 수도 있다. 개인의 사익을 넘어 거대한 종교조직의 자금과 조직력을 이용해 정치권력에 접근하고 국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종교단체가 신앙과 포교의 영역을 넘어 자금력을 이용해 선거와 정치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이는 한 개인의 금품 제공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더욱이 재판부 스스로 이번 사건으로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국민은 묻게 된다.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대통령선거를 교세 확장의 기회로 이용했으며, 정치권과의 결탁을 위해 거액의 정치자금과 고가 금품을 제공한 행위가 인정됐는데 그 책임이 징역 2년으로 충분한가.

물론 형사재판은 국민감정으로 형량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여론재판 역시 경계해야 한다. 검찰이 13년을 구형했다고 법원이 반드시 이에 근접한 형을 선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혐의가 무죄 또는 공소기각됐다면 구형량과 선고형의 차이가 커지는 것 역시 법리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판결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지만 그 법률과 양형의 논리는 국민에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범죄의 목적이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교세 확장이었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본 부분이다.

종교지도자에게 교세의 확장은 단순히 타인을 위한 공익적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교단의 영향력이 커지면 최고 지도자의 종교적·사회적 영향력 역시 확대된다. 더구나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치권력과 거래하고 금품을 제공했다면 이를 개인적 사익 추구보다 가볍게 평가할 수 있는지는 충분한 사회적 논쟁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한학자 총재 개인의 형량만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다.

종교가 어디까지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가, 정치권력은 종교조직의 자금과 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경계를 넘었을 때 우리 사법체계는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특검은 이를 정교분리라는 헌법 정신과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하며 징역 13년을 요구했다. 법원 역시 범죄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정교유착으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내려진 형은 징역 2년이다.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비판과 검증 역시 민주사회에서 보장돼야 한다.

특히 법원이 스스로 정교유착의 위험성과 국민 신뢰의 훼손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양형에서는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교세 확장을 위한 행위였다는 점을 유리하게 평가했다면, 그 판단이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국민에게 더욱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결탁은 어느 진영, 어느 종교에서 발생하든 동일한 잣대로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한다.

징역 13년의 구형과 징역 2년의 선고 사이에 놓인 것은 단순한 숫자 11년의 차이가 아니다.

그 사이에는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와 사법부의 양형 판단,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법감정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 놓여 있다.

이제 그 간극이 과연 합리적인 법리와 양형 기준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관대한 판단이었는지는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엄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